신광태 작가의 서재

컴퓨터가 다시 만능처럼 느껴지는 시대'

내가 서른 살이 될 때까지만 해도 컴퓨터는 정말 만능인 줄 알았습니다. 무엇이든 물어보면 정답을 알려주는 기계, 내가 궁금해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결해 줄 수 있는 기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MS-DOS를 사용하던 시절부터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컴퓨터는 사람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존재라고 생각했습니다. 컴퓨터가 아무리 빠르고 정확하다고 해도 결국 사람이 명령을 내려야 했습니다.

프로그램을 실행하려면 명령어를 입력해야 했고, 홈페이지 하나를 만들려 해도 HTML이나 CSS 같은 코드를 알아야 했습니다.

컴퓨터는 똑똑한 기계였지만, 어디까지나 사람이 무엇을 시킬 것인지 알아야 제대로 움직이는 기계였습니다.

컴퓨터는 내가 시키는 것만 할 수 있었다

컴퓨터를 오래 사용한 사람이라면 이런 생각에 익숙할 것입니다.

“컴퓨터는 내가 입력한 만큼만 결과를 보여준다.”

특히 MS-DOS 시절에는 더욱 그랬습니다. 화면에 명령어를 입력하고,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오류가 발생하면 다시 명령어를 수정해야 했습니다. 컴퓨터가 스스로 무엇인가를 판단해서 사용자에게 새로운 방법을 제안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인터넷이 발전하고 검색엔진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조금 달라졌지만, 기본적인 관계는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검색어를 입력하고 컴퓨터가 결과를 보여주는 방식이었습니다.

홈페이지를 만들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홈페이지를 만들어줘”라고 컴퓨터에게 말한다고 해서 홈페이지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무엇을 만들 것인지 설계하고, 코드를 작성하고, 파일을 만들고, 서버에 올리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컴퓨터를 잘 다룬다는 것은 결국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람의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의미에 가까웠습니다.

1989년 처음 만났던 하나워드르로세서

그런데 AI가 등장하면서 관계가 달라졌다

AI를 사용하면서 제가 가장 크게 느낀 변화는 단순히 질문에 답을 해준다는 것이 아닙니다.

AI는 때때로 제가 질문한 내용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갑니다.

예를 들어 제가 “이런 홈페이지를 만들어줘”라고 말하면 단순히 코드를 작성해 주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홈페이지의 구조를 제안하고, 방문자가 어떻게 사용할지 생각하고, 제가 미처 생각하지 않았던 문제까지 지적합니다.

더 놀라운 것은 제가 틀린 생각을 가지고 있을 때입니다.

예전의 컴퓨터라면 제가 입력한 명령에 문제가 있어도 그 명령을 실행하거나 오류 메시지를 보여주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AI는 다릅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른 관점에서는 이런 문제가 있습니다.”

라고 말해줍니다.

때로는 아주 직접적으로 내 생각이 틀렸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이것이 조금 낯설었습니다.

처음에는 AI에게 반말을 했다

AI를 처음 사용할 때만 해도 저는 AI를 그저 기계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컴퓨터에게 명령하듯이 AI에게 반말로 질문했습니다.

“이거 어떻게 해?”
“이런 홈페이지 만들어줘.”
“이 오류 왜 생겨?”

특별한 이유도 없었습니다. 기계라고 생각했으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말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AI와 대화를 계속하다 보니 조금씩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를 먼저 찾아주기도 하고, 제가 세운 계획의 허점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내가 질문한 것에 대한 답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까지 추론해서 더 나은 방법을 제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정도라면 내가 AI에게 존칭을 써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AI가 사람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AI에게 감정이나 인격이 있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가 컴퓨터를 바라보는 방식은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30살 때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서른 살 때 제가 가졌던 생각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저는 컴퓨터를 무엇이든 알려줄 수 있는 만능 기계라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수십 년 동안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그 생각은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컴퓨터는 사람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기계다.”

그런데 AI를 만나고 나니 다시 처음의 생각으로 돌아가는 느낌입니다.

다만 예전과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예전의 컴퓨터는 정해진 명령을 빠르게 실행하는 능력이 뛰어났다면, 지금의 AI는 사람의 질문을 이해하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만들어내며, 때로는 질문 자체의 문제점까지 지적합니다.

그래서 이제 컴퓨터는 단순한 도구라기보다 생각을 함께 정리하는 도구가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AI 시대에는 질문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AI를 사용하면서 또 하나 깨닫게 된 것이 있습니다.

앞으로는 컴퓨터를 잘 다루는 사람의 기준도 달라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코드를 잘 작성하고 프로그램을 잘 다루는 사람이 컴퓨터를 잘 사용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프로그래밍 능력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설명하는 능력도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AI에게 막연하게 “좋은 홈페이지 만들어줘”라고 하는 것보다 어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홈페이지인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분위기를 원하는지 설명하면 훨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결국 AI가 아무리 똑똑해져도 사람의 생각이 중요합니다.

AI는 답을 만들어주지만, 무엇을 질문할 것인가는 여전히 사람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마치며

컴퓨터를 처음 접했던 시절에는 컴퓨터가 언젠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생각은 오랫동안 현실과 거리가 있는 꿈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AI가 등장하면서 그 꿈이 조금씩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홈페이지를 만들어줘”라고 말하면 실제로 홈페이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코드와 방법을 알려줍니다. 글을 쓰다가 막히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주고, 내가 놓친 문제를 찾아주기도 합니다. 때로는 내가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생각에 대해서도 “다르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컴퓨터를 예전과 조금 다르게 바라봅니다.

컴퓨터가 만능이라는 생각이 완전히 틀렸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그때는 너무 일찍 기대했던 것이고, 지금 우리는 AI라는 새로운 기술을 통해 그때 상상했던 만능에 가까운 컴퓨터를 만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어쩌면 컴퓨터의 진짜 변화는 더 빠른 계산 능력이나 더 좋은 그래픽이 아니라, 사람과 대화를 시작했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컴퓨터를 다시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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