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눅스 민트를 설치했습니다.
새로운 도전처럼 들리지만, 사실 제게 리눅스는 아주 낯선 세계가 아닙니다. 35년 전에 이미 한 번 스쳐 지나간 인연이 있기 때문입니다.

1991년, 제닉스라는 이름의 컴퓨터
1991년 9급 시절, 행정전산화 기초자료를 입력하던 때였습니다. 그때 제 앞에 놓인 컴퓨터의 운영체제가 ‘제닉스(Xenix)’였습니다.
제닉스와 리눅스는 둘 다 유닉스 계열입니다. 집안으로 치면 한 뿌리에서 나온 친척인 셈이라 환경도 비슷합니다. 공교롭게도 리눅스가 세상에 처음 나온 해가 바로 그 1991년입니다. 저는 리눅스가 태어나던 해에 그 친척뻘 되는 운영체제 앞에 앉아 있었던 것입니다.
그 무렵 윈도우 3.1이라는 것이 나오긴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윈도우와는 거리가 멀었고, 도스 위에서 돌아가는 프로그램 하나 정도의 수준이었습니다. 윈도우 95가 나오기 전까지 세상의 주류는 여전히 도스였습니다.
돌아보면 제닉스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기회를 놓쳤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도스 하나도 버거웠기 때문입니다.
윈도우 11을 따라가지 못하는 노트북
그렇게 수십 년이 흘렀고, 이제 와서 다시 리눅스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 사이 윈도우가 변한 만큼 리눅스도 몰라보게 변해 있었습니다.
리눅스를 시작한 이유는 거창하지 않습니다. 제 노트북이 도저히 윈도우 11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중고로 산 물건이라 정확히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모릅니다. 짐작으로는 2010년대 초반에 생산된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거기에 메모리를 4기가 추가한 것이 손본 전부입니다.
이 노트북으로 윈도우 10은 그럭저럭 돌렸습니다. 하지만 윈도우 11은 애초에 설치 자체가 안 됩니다. 우회하는 방법으로 억지로 설치한다 한들, 업그레이드 문제와 느린 속도를 견디지 못할 것이 뻔했습니다.
민트는 달랐습니다
이번에 제가 고른 것은 우분투 계열의 리눅스 민트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구형 PC에서도 아주 잘 돌아갑니다.
걱정했던 업데이트도 수시로 이루어집니다. 쓸 수 있는 프로그램도 윈도우만큼은 아니겠지만 수만 개에 이릅니다. 버려야 하나 싶던 노트북이 다시 쓸 만한 컴퓨터가 됐습니다.
문제는 ‘또 배워야 한다’는 것
물론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큰 부담은 또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당장 급한 것은 손에 익은 프로그램의 대역을 찾는 일입니다. 지금까지 화면 캡처는 픽픽으로, 사진 편집은 포토스케이프X로 해 왔습니다. 리눅스에서 이 둘과 최대한 비슷한 프로그램을 찾아야 합니다.
워드나 엑셀, 아래한글도 윈도우에서 쓰던 프로그램을 그대로 설치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쓸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PC를 바꿔야 할지 고민하는 분들께
윈도우 10의 지원이 끝난 지금, 멀쩡한 PC를 바꿔야 하나 고민하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런 분들께 리눅스를 한번 생각해 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필요한 것은 새로운 것에 대한 약간의 도전 의식뿐입니다. 그것만 있다면 지금까지 윈도우 10을 쓰던 그 PC에서, 내게 꼭 맞는 리눅스 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어차피 버릴 컴퓨터라면 리눅스에 도전해 보실 것을 강력 추천합니다. 특히 지금까지 PC를 이용해 인터넷 서핑이나 유튜브 보기, 액셀, 한글 작업 정도 하신 분이라면 굳이 버벅거리는 윈도우를 쓸 이유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