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태 작가의 서재

POD 출판이라는 것

과거에 책을 내려면 반드시 출판사와 계약을 해야 했습니다. 아무리 공들여 쓴 원고라도, 출판사가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원고를 들고 여러 출판사의 문을 두드리다가, 결국 서랍 속에 묻어두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설령 인지도가 낮은 사람이 이런저런 방법으로 출간에 성공하더라도, 이번에는 또 다른 조건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작가가 자기 책을 일정 부수 이상 직접 사들여야 한다는 조건이었습니다. 그렇게 떠안아야 하는 비용이 적어도 몇 백만 원은 되었을 것입니다. 결국 책을 내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이런저런 부담 때문에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한 푼 들이지 않고도 책을 출간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바로 POD(Print on Demand, 주문형 출판) 방식 덕분입니다. 출판사의 선택을 기다릴 필요도 없고, 정해진 부수를 미리 사들일 필요도 없습니다.

대신 그만큼 원고 작성부터 판권 페이지, 심지어 표지 디자인까지 모두 저자가 직접 준비해야 합니다. 제가 처음 책을 냈던 2022년만 해도, 원고야 워드(Word)로 쓰면 되니 크게 어려울 게 없었습니다. 하지만 표지를 만드는 작업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특히 책의 두께를 정확히 계산해서 책등(표지 앞뒤를 감싸며 책의 두께를 나타내는 부분)의 폭을 정하는 작업이 까다로웠습니다. 종이 재질과 쪽수에 따라 두께가 조금씩 달라지다 보니, 숫자 하나 잘못 넣으면 표지와 책이 어긋나 버리기 때문입니다.

집필 작업하는 모습

그런데 요즘은 이 작업조차 한결 수월해졌습니다. 구글 제미나이(Gemini)에게 책의 규격과 제목, 표지에 쓸 이미지를 함께 던져주면, 비록 완벽하지는 않아도 표지의 얼개를 대충 만들어 줍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정교하게 다듬고 싶을 때는 클로드(Claude)에게 다시 요청합니다. 그러면 자로 잰 것보다 더 정밀하게, 책등의 폭까지 딱 맞춰 표지를 완성해 줍니다.

표지뿐만이 아닙니다. 책을 만드는 전체 과정, 그러니까 내용을 보강하고 오탈자를 바로잡고 목차를 정리하고 판권 페이지를 채우는 일까지 AI가 함께해 줍니다. 심지어 종이책을 낸 뒤 전자책으로 다시 만드는 작업까지도 그리 어렵지 않게 도와줍니다.

돌이켜보면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세상 참 좋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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