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D(Publish On Demand, 주문형 출판)를 준비하고 계신 분들께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제가 직접 책을 쓰고 만들면서 겪은 경험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원고를 쓰기 전에 ‘이 책에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가’를 먼저 정하고, 그에 맞춰 판형과 컬러 여부를 미리 결정해 두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처럼 책값이 예상보다 훨씬 비싸지는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미지가 많은 책은 판형부터 발목을 잡는다
제가 쓴 『나도 만든다, 우리집 인터넷 홈페이지』나 지금 집필 중인 『깃허브로 무료 홈페이지 만들기』 같은 책들은 성격상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스크린샷 이미지가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워드프레스 화면을 캡처하거나, 깃허브 저장소 설정 과정을 하나하나 보여줘야 하다 보니, 글만으로는 설명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 스크린샷들 중 상당수가 세로로 길다는 점입니다. 웹페이지 전체를 캡처하거나 관리자 화면의 긴 설정 목록을 담다 보면 이미지 하나의 길이가 상당히 길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이미지를 온전히 담으려면 일반적인 신국판(152×225mm) 크기로는 어림도 없고, 결국 크기가 더 큰 크라운판(176×248mm)을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내지 컬러 여부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입니다. 스크린샷은 대부분 색상 정보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워드프레스 관리자 화면의 메뉴 색상, 강조 표시된 버튼, 오류 메시지의 빨간 글씨 등은 흑백으로 인쇄하면 가독성이 크게 떨어집니다. 그렇다고 컬러 인쇄를 포기하기도 어려운 이유입니다.

판형과 컬러를 더하면 책값이 폭등한다
크라운판 + 컬러라는 조합을 적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페이지당 인쇄 단가가 큰 폭으로 올라갑니다. 그 결과, 200페이지도 채 되지 않는 분량의 책인데도 정가가 3만원을 훌쩍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일반 서점에서 판매되는 같은 두께의 단행본과 비교하면 상당히 비싼 축에 속합니다.
여기서 POD 출판의 구조적인 특징 하나를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POD 플랫폼은 인쇄 원가와 최소 수익 구조를 바탕으로 ‘최저 판매가’를 자동으로 산정해 줍니다. 저자는 이 최저가보다 높게 가격을 책정할 수는 있어도, 그보다 낮출 수는 없습니다. 다시 말해 판형과 컬러를 한번 선택하고 나면, 그로 인해 산정된 최저가 이하로는 절대로 책값을 내릴 방법이 없다는 뜻입니다.
『나도 만든다, 우리집 인터넷 홈페이지』의 정가가 유독 비싼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원고를 쓸 당시에는 이런 가격 구조를 세세히 따져보지 못한 채, ‘독자가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이미지를 풍성하게 넣고 판형과 컬러를 결정해 버렸습니다. 결과적으로 콘텐츠의 질과는 별개로, 가격 때문에 구매를 망설이는 독자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어 버린 셈입니다.
지금 쓰고 있는 책은 흑백으로 시도해 볼 생각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집필 중인 『깃허브로 무료 홈페이지 만들기』는 다른 접근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스크린샷이 많이 들어가는 책의 특성상 판형을 크라운판보다 작게 줄이기는 어렵겠지만, 컬러만큼은 과감히 포기하고 흑백으로 시도해 볼까 합니다.
물론 흑백으로 전환하면 일부 스크린샷에서 색상으로 구분되던 정보(예: 강조 버튼이나 상태 표시)가 다소 덜 선명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캡션이나 화살표, 텍스트 설명을 더 꼼꼼히 덧붙이는 방식으로 보완할 계획입니다. 판형은 어쩔 수 없더라도, 컬러 인쇄 단가만 빠져도 정가를 상당히 낮출 수 있다는 계산이 섰기 때문입니다. 독자 입장에서 실습서를 구매하는 데 부담이 적을수록 좋겠다는 생각이 이번 결정의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이미지가 없는 일반 도서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반대로 이미지가 거의 들어가지 않는 일반적인 산문집이나 에세이, 칼럼집 같은 도서라면 사정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신국판에 흑백 인쇄만으로도 충분하고, 이 경우에는 300페이지에 육박하는 분량이라 하더라도 정가를 2만원 미만으로 책정할 수 있습니다. 제가 써 온 여러 책들 중에서도 이미지 없이 텍스트 위주로 구성한 책들은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독자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결국 핵심은 이것입니다. ‘어떤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 것인가’를 먼저 정하고, 그 콘텐츠의 성격에 맞는 판형과 컬러 여부를 처음부터 계산에 넣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원고를 다 쓴 뒤에 판형을 고민하면 이미 늦습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이 책은 이미지가 많이 들어갈까, 아닐까’, ‘독자가 색상 정보 없이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까’를 함께 따져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국내 POD 출판사, 저는 퍼플을 이용합니다
우리나라에서 POD 출판이 가능한 곳은 제가 알기로 부크크와 교보문고 퍼플, 이렇게 두 곳입니다. 어느 곳을 선택하든 서비스나 품질 면에서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퍼플을 이용하고 있는데, 특별한 기술적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유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네이버에서 제 이름 ‘신광태’를 검색하면 ‘신광태 검색결과 - 교보문고’라는 항목이 노출됩니다. 이 링크를 클릭하면 제가 그동안 써온 모든 책이 한눈에 검색되어 나타납니다. 독자 입장에서 저자의 이름 하나만 검색해도 그동안의 저작물을 전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개인 브랜딩 측면에서 꽤 유용하다고 느꼈고, 그래서 계속 퍼플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POD 출판을 준비하는 분들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작성했습니다. 판형과 컬러 선택이 책값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알고 계획하신다면, 저와 같은 시행착오를 줄이실 수 있을 것입니다.